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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8. 10. 19. 00:01

몇 가지 카테고리 없음2018. 10. 19. 00:01

잘 해왔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계속 안 되는 것에 대해서 가지게 되는 두 가지가 있다. 하나는 정말로 때가 안 맞아서 그렇다는 것. 언제나 잘 풀리라는 법은 없다. 되는 때가 있으면 안 되는 때도 있으니까. 다른 하나는 의구심, 그러니까 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것. 더 잘 했다면 되지 않았을까. 언제나 두 가지가 같이 간다. 때가 안 맞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낙담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을 계속 돌아보며 잘 될 때를 대비하는 것. 지금 나에게는 의구심이 너무나도 큰 것 같다. 그 의구심이 위축됨과 자기 혐오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.


# 여러 사람이 함께 있고, 함께 친밀함을 느끼며 그 안에서 무언가를 준비해서 하는 걸 좋아한다. 하지만 그 안에 있으면서 번번히 - '끝내'라는 표현을 썼다가 지웠다 - 유리되거나 미끄러져 밀려나게 되는 걸 느끼는데, 이것 때문에 너무 울적하다.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붙잡을 만한 것(이라고 쓰고 의지라고 읽는다)이 내 안에 있는지 모르겠다.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있었고,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,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누군가와 친밀하게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. 사람들과의 친밀함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, 그 친밀함의 많은 부분은 자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타의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이었다. 물론 그게 싫진 않았고, 즐거운 순간들도 많았다. 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. 그 친밀함이 아무런 연유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, 연락이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지경까지 가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. 붙잡고 싶은 마음도 크게 들지 않았다.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생긴 - 혹은 전에는 크게 못 느꼈지만 이제야 비로소 크게 느끼기 시작한 - 친밀함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. 붙잡고 싶다. 그 안에서 유리되거나 밀려나고 싶지 않고, 그 안에서 민폐나 이물질이 되고 싶지 않다. 내가 그 안에서 그런 존재라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.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.


문득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속해있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. 발을 딛고 서있지 못하고 계속 공중에 떠있는 것 같달까. 그 생각에서 더 깊게 들어갈 때가 가끔 있다. 공중에 떠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저 하늘 높이 날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, 누군가 붙잡고 있어서, 혹은 천장이 막고 있어서 날아가지 못할 뿐 언제든지 날아가서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간혹 한다. 붙잡고 있는 누군가가 그걸 놔버린다면, 고의로든 실수로든 놔버렸는데 그런 줄도 모른채 붙잡지 않는다면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겠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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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루틴노마드